왜 필요한가
물질은 데우면 부피가 늘고 식히면 준다. 액체 온도계는 이 변화를 눈금으로 바꿔 보여 주는 도구다. 구에 든 액체가 늘어난 부피만큼 가는 관 속 기둥이 올라오고, 그 높이를 읽으면 지금 기온을 알 수 있다. 관이 가늘수록 같은 부피 변화가 더 긴 기둥이 되므로 눈금을 촘촘히 나눌 수 있다. 물질이 데워질 때 부피가 늘어나는 성질을 열팽창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루의 기온은 오르내린다. 지금 몇 도인지만 알려 주는 온도계로는 밤에 얼마나 추웠는지, 낮에 얼마나 더웠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지나간 최고와 최저를 스스로 남겨 두는 온도계가 필요하다.
어떻게 움직이나 — 보통 온도계
그림 왼쪽의 보통 온도계에는 붉게 물들인 알코올이 든 구가 달려 있다. 구는 아래가 둥근 작은 유리 주머니이고, 그 속의 알코올은 0.37 mL쯤 된다. 알코올은 수은보다 부피가 훨씬 많이 늘어난다. 20 °C 부근에서 에탄올은 1 °C에 부피가 0.0011만큼 늘고, 수은은 0.00018만큼, 유리는 0.000027만큼 는다. 그래서 같은 온도 변화에도 알코올이 수은보다 약 6배 더 늘고, 작은 구로도 충분하다. 1 °C에 알코올이 밀려 나가는 양은 구에 든 양의 1000분의 1쯤이다.
기온이 오르면 구의 알코올이 늘어나 가는 관으로 밀려 올라간다. 그림에서는 1 °C에 2 mm씩 오른다. 기온이 내려가면 기둥도 내려간다. 유리도 함께 늘어나므로 기둥은 알코올이 늘어난 만큼에서 유리가 늘어난 만큼을 뺀 높이만 오른다. 알코올에서는 유리 몫이 2–3%쯤이다.
"따뜻하게"(30 °C)를 누르면 붉은 기둥이 15 °C 자리에서 30 °C 자리까지 올라가고, "차갑게"(−10 °C)를 누르면 내려간다. 관 위 끝에는 빈 팽창실이 있다. 기둥이 오를 때 알코올이 그곳으로 밀려 들어가므로 관 속 압력이 커지지 않는다. 알코올은 색이 없어 물감을 탄다. 붉은 액체 온도계 가운데는 알코올 대신 등유나 톨루엔 같은 액체를 넣은 것도 많다.
최고 최저 온도계
그림 오른쪽의 최고 최저 온도계는 U자로 굽은 관이다. 왼쪽 관 위 끝의 감온 통에는 알코올이 가득 차 있다. 수은은 U자의 굽은 아랫부분에만 있고, 양쪽 관 모두 수은 위쪽은 알코올로 채워져 있다. 오른쪽 관 위 끝의 통에는 알코올이 조금 있고, 그 위는 공기다.
따뜻해지면 감온 통의 알코올이 늘어나 왼쪽 관의 수은을 아래로 밀어 내리고, 그만큼 오른쪽 관의 수은이 올라간다. 추워지면 거꾸로 왼쪽 수은이 오르고 오른쪽이 내려간다. 그래서 오른쪽 관 옆에는 최고 온도 눈금이, 왼쪽 관 옆에는 최저 온도 눈금이 있다. 최저 눈금은 거꾸로 놓여 있어 위가 낮은 온도다. −30 °C가 맨 위, 50 °C가 맨 아래다.
"따뜻하게"를 누르면 오른쪽 수은이 올라가면서 최고 눈금 표시기를 30 °C 자리까지 밀어 올려 놓는다. 이어서 "차갑게"를 누르면 왼쪽 수은이 올라가면서 최저 표시기를 밀어 올리고, 거꾸로 놓인 눈금에서 그 자리가 더 낮은 온도인 −10 °C다. 기온이 다시 변해도 수은만 움직이고 표시기 둘은 밀린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가만히 두면 그림이 차갑게·따뜻하게를 번갈아 하루를 흉내 낸다.
눈금 표시기와 자석
눈금 표시기는 쇠 철사를 넣은 작은 유리 막대다. 길이는 약 2 cm다. 위쪽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용수철이 있어 관 벽을 눌러 준다. 이 마찰 덕분에 표시기는 놓인 자리에 머문다. 표시기의 양 끝은 관보다 가늘어서 알코올은 옆으로 흘러 지나가지만, 수은은 표시기를 밀고 올라간다.
수은은 표시기를 밀어 올릴 수만 있고 끌어내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표시기는 수은이 지나간 자리 가운데 가장 높이 밀려 올라간 곳에 남는다. 읽을 때는 표시기의 아래 끝, 수은에 닿았던 끝을 본다. 그림을 보면 표시기 둘 다 지금의 수은 면보다 위에 떨어져 있다. 처음 그림에서 최고 표시기는 오른쪽 수은이 전에 밀어 올려 놓고 내려간 자리이고, 최저 표시기는 왼쪽 수은이 전에 밀어 올려 놓고 내려간 자리다.
새로 재려면 표시기를 수은 면까지 되돌려야 한다. 그림 아래 "자석으로 되돌리기"를 누르면 자석이 판에서 떠올라 관 앞으로 가서, 쇠가 든 표시기를 끌어 수은 면까지 내린다. 최고 표시기를 내리고, 이어서 최저 표시기를 내린 뒤 제자리로 돌아간다. 쇠로 된 표시기는 이렇게 바깥에서 자석으로 끌어내린다. 단추를 누르는 제품은 관 뒤의 자석 띠가 표시기를 잡고 있다가 단추를 누르면 자석이 떨어져 표시기가 액체 위로 내려온다.
왜 이렇게 생겼나
- 가는 관: 같은 부피 변화를 길게 보이려면 관이 가늘어야 한다. 그림이 흉내 낸 실제 관의 안지름은 0.5 mm다.
- 알코올: 에탄올은 −114 °C에서 얼고 78 °C에서 끓는다. 수은은 −38.8 °C에서 얼고 357 °C에서 끓는다. 수은 온도계는 −39 °C보다 추운 곳을 잴 수 없어서, 추운 곳에는 알코올 온도계를 쓴다.
- 팽창실: 관 위 끝의 빈 방은 기둥이 오를 때 관 속 압력이 커지지 않게 한다.
- 수은 대신: 수은은 독성이 있어 국제 협약으로 제조와 수출입이 줄고 있고, 유럽 연합은 일반에 파는 온도계에 수은을 쓰지 못하게 했다. 수은을 쓰지 않는 최고 최저 온도계에는 감온 액체로 톨루엔, 수은 자리에 물들인 소금물(브롬화칼슘 용액)을 쓰는 제품이 있다. 두 액체는 섞이지 않고 무게가 다르다. 표시기는 자석이 잡는다.
- 읽는 법: 수은 기둥이 흔들려 끊기거나 표시기가 수은에 묻히면 틀린 값을 보인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가서 읽어야 한다. 기상 관측소는 최고 온도계와 최저 온도계를 따로 쓴다.
파는 최고 최저 온도계 가운데에는 눈금이 −30…+50 °C, 길이 약 22 cm인 것이 있다.
이 그림에 대하여
관은 실제 안지름 0.5 mm보다 약 5배 굵게 그렸고, 보통 온도계의 구와 감온 통도 0.37 mL보다 훨씬 크게 그렸다. 알코올·수은·유리의 팽창 계수는 일정하다고 두었다. 실제 팽창 계수는 온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기둥이 온도에 꼭 비례해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 그림은 비례한다고 둔 모형이다. 1 °C에 2 mm와 감온부 0.37 mL도 이 모형의 값이다. 오른쪽 통의 알코올 면이 오르내리는 정도(0.1 mm도 되지 않는다)와 수은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그리지 않았다. 온도계가 기온을 따라가는 빠르기는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2 s로 두었다.